우리 집은 80세가 된 아빠의 단짝, 20살 고양이 리디아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새벽 5시경 리디아가 일어나 아빠한테 와서 배가 고프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보채기 시작한다.
벌써 일어날 시간에 되었나? 하면서 기지개를 켜면서 잠에서 깨어나 우리 집 행복 전도사에게 밥과 물을 주면 맛있게 먹는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핸드폰에 담는다. 다 먹고 나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서는 몸이 가뿐하다는 표시로 부엌 거실 베란다 안방 등으로 다마리(달리기)를 한다. 어찌나 빠른지 이리저리 휙휙 순식간에 지나가므로 마주치기는 어렵다.
다시 잠을 자기 위해 잠자리에 누우면, 어느새 리디아가 나타나서 살며시 겨드랑이 밑으로 들어와 턱을 고이고 아빠 팔을 베고 살짝 눕는다. 그러면 아빠의 얼굴과 리디아 모습이 마주 보게 될 때,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핸드폰에 담는다. 낮에는 적당한 장소에서 실컷 잠만 잔다.
가끔 외출했다가 돌아와 현관문 여는 소리가 날 때는 자다가 잽싸게 일어나 달려 나오면 반갑게 안아준다. 집에 있을 때는 심심하면 몇 번이고 털을 골라달라고 보챈다. 털이 날려 귀찮아도 빗으로 정성껏 빗겨준다. 리디아가 잠들기 전에 물과 밥을 먹고 자러 가면 하루의 일과가 끝나는 것이다.
리디아가 아빠와 만나게 된 사연은 이러하다. 작은딸이 수원에서 레지던트 수련받고 있을 때, 숙소인 병원 옆 오피스텔로 가끔 찾아가곤 했었다. 어느 날 갔더니 고양이 두 마리가 낯을 가리며 침대 밑으로 숨어들었다. 눈빛이 파아란 ‘블루’라고 하는 오빠와 눈동자가 유난히 까아만 ‘리디아’라고 하는 동생이라고 했다. 수련이 끝나 딸이 집으로 돌아올 때, 고양이 두 마리도 데리고 왔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잘 지내다가 블루가 2020년 7월 24일 새벽, 아빠의 품에 안겨 17년의 생을 마감했다. 블루가 무지개다리를 건너가고 난 뒤부터 리디아가 아빠를 따르기 시작하여 아빠도 좋아하게 되었다.
집 앞 광장에 아내가 가꾸는 꽃밭이 있는데, 맞은편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아내와 리디아가 꽃밭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이름표를 만들어 매달아 주었다. 꽃들이 활짝 필 때면, 할아버지 할머니를 따라 꽃밭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았다. 리디아와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리디아가 '코렐' 광고 모델 출신 고양이라고 말을 해주고부터는 더 인기쟁이가 되었다. 리디아가 어릴 때, 당시 미국에서 수입하던 식기 브랜드 광고 모델을 했었다. 여러 장의 접시가 놓인 탁자 위에서 리디아가 뒷발로 접시 하나를 밀어 넘어뜨리면 나머지도 덩달아 넘어져도 접시가 깨지지 않는다는 광고였다.
최근 새로 만들어진 모 TV광고에도 리디아와 닮은 고양이가 등장하고 있다. 가족 모두 합창으로 “야!리디아 나왔다”라고 탄성을 지르면서 좋아하고 있다. 새벽마다 일어날 때가 되었다고 알람도 해주고, 아빠가 누워 있을 때는 앞장서서 집안 점검 겸 산책을 할 수 있게 따라다니게 하는 아빠의 단짝, 리디아! 오래도록 함께 건강하게 지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