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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밍크코트> (황차랑 )

작성자 : 조우회 작성일 : 2024.02.20 09:14:21 조회수 : 65

아내의 넷째 오빠(80)가 가족과 함께 지난 설날을 잘 보내고 친구들과 산책하던 중 몸이 불편하여 

병원 응급실에 찾았었는데입원 2일 후에 운명하셨다는 부고를 받았다장례식(울산)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이용하여 서울역으로 갔다

 

장거리 여행하기에 몸이 불편하여 아내만 내려가기로 하고, KTX에 승차하여 자리를 잡아주고 떠나는 차창 

사이로 무사히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하고 집으로 오는 버스 속에서 지난날을 되돌아보았다.

 

 

중곡동 긴고랑 낡고 허름한 집에 살 때큰딸이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고 작은딸은 엄마 등에 업혀 지내던 겨울이 다가오는 어느 날퇴근하여 집에 들어서니 아내가 일을 하나 저질러 놓았으니 꼭 들어주어야 한다고 했지요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그러느냐고 반색하며 물었더니외제물건을 팔러 다니는 아주머니한테꽤 비싸기는 

하지만 마음에 쏙 들어 밍크코트 하나를 주문했다고 하면서 내가 화를 낼까 봐 눈치를 보면서 결연하게 말을 

했었지요

 

그때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아내는 겨울에 입을만한 변변한 옷이 하나도 없었답니다그래서 미안하고 

안타까워 언제 가져오는지 돈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꼭 사고 싶으면 예약도 했으니 그렇게 하라고 했지요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밍크코트가 보이지 않아 옷이 언제 오는지 물었답니다.

 

 

옷은 벌써 가져다 놓았다고 하면서 따라와서 한번 보라면서 현관 밖으로 나갔어요담벼락에 붙어 있는 연탄 

창고로 가서는 가득 쌓아 놓은 연탄을 가리키면서 이것이 주문한 밍크코트라는 것이었어요어이가 없으면서도 

한편으로 어찌나 기특한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답니다진작 겨울을 나기 위한 연탄을 들여놓겠다고 할 것이지왜 밍크코트를 주문했다고 말했는지 질문을 했답니다사실대로 말하면경제적인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겨울을 나기 위한 많은 양의 연탄을 사겠다고 하면 거절할 것 같아 아내가 갖고 싶었던 밍크코트를 주문했다고 했답니다덧붙여서 남편이 아내를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연탄을 한꺼번에 들여놓으면 봄이 올 때까지 추위를 걱정 안 해도 되니까 그렇게 말했답니다.

 

 

그 후로 아내의 알뜰하고 착한 마음을 알고부터는 아내가 결정하는 경제적인 사연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기로 마음속으로 다짐했답니다그리고 백화점 등에서 아내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을 보게 되면함께 가서 구입했던 일들이 새삼스럽게 생각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