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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정월대보름> (황차랑)

작성자 : 조우회 작성일 : 2024.01.25 10:38:06 조회수 : 119

 어린 시절 농촌에서는 음력11일부터15일까지 설 연휴였고마지막 날인 대보름날에는 새벽에 아이들이 복조리를 들고 친구 집을 찾아다니며 오곡밥을 나누는 풍습이 있었으며낮에는 그네타기자치기와 팽이 돌리기 등을 하고 놀다가 저녁에는 달집태우기를 했다.

 

 

동네 서쪽 덕천강 언덕 밑에는 방앗간의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둑 위 언덕 절벽에는 큰 오동나무 한그루가 우뚝 서 있었다. 그 나무에는 줄을 길게 늘어뜨린 그네가 건너편 강변을 보고 매달려 있었는데, 그네를 타고 건너편을 보고 하늘로 솟구쳐 오를 때는 현기증을 느끼면서 타고 놀았던 추억이 새삼스럽다. 그래서인지 가끔 아내와 시내에서 전철을 타고 집에 올 때, 평소에 내리던 역을 지나 쭉 직진해서 정발산역에 내려 일산 호수공원에 가서 그네를 타고 온다. 호수공원의 그네는 평지에 있어 어릴 때 절벽에서 느꼈던 아찔한 스릴을 느낄 수 없으나, 향수를 달래기에는 너무 좋다. 지난 월요일 작은딸 출근할 때, 아내와 소소한 다툼이 있었는데 아내가 그길로 혼자 경복궁 눈길을 걸었다고 눈을 배경으로 한 사진을 톡에 올리면서, 혼자서 걷는 것도 좋았다고 걷기를 조언했다. 그래서 나도 추운 날씨에도 일산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면서 그네를 타고 왔다.

 

저녁에는 달집태우기를 하고 놀았다. 동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마당 한가운데에 각자 집에서 가지고 온 대나무, 솔가지, 볏집 등을 이용하여 달집을 만들고 꼭대기에는 설날에 만들어서 날리고 놀던 연을 매달아 놓았다. 사전 행사로 풍악에 맞춰 서로 손을 맞잡고 달집 주위를 빙빙 돌며 춤을 추면서 놀다가, 달이 뜰 무렵 산등성이에 미리 올라가 있던 청년들이 달이 뜨는 것을 보고, “달이 뜬다라고 소리치면, 사람들이 합창으로 달이 뜬다라고 함성을 지르면서 달집에 불을 붙였다. 타는 불꽃으로 불빛에 반사되는 얼굴을 서로 쳐다보면서 즐겁게 보냈다. 달집이 다 타고 나면 숯불이 남게 되는데, 여기에다 다리미에 고구마를 담아 올려놓고 기다리면 군고구마가 된다. 군고구마를 까먹으면서 새까만 손으로 서로 얼굴에 숯검정을 칠해주는 등 작난치며 놀다가 보름달이 중천에 오면, 내일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집으로 갔던, 어린시절의 정월대보름날의 추억이 나에게는 잊을 수 없다.

  

요즈음에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를 찾기 어렵고 그런 장소도 없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면서 혼자서 씨익 웃음 짓는 것이 나만의 생각일까? 다가오는 설날에는 아내와 함께 호수공원에 가 그네를 타고 싶다.

  

 

 

참고로, 내가 자랐던 우리 동네는 지리산 천왕봉이 바로 보이는 백두대간의 마지막 정기가 모인 황학산과 갈마봉이 있고, 서쪽에는 지리산에서 발현하여 덕천강이 흘러 남강과 합류하는 곳으로, 겨울에는 지리산 천왕봉의 눈을 보면서 무, 감자, 고구마 등을 주산지로 20여 가구가 옹기종기 살아가는들터라고 하는 작은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진양호로 변하여 다녔던 학교와 동네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 조창환 (whckdghks0825) 답글

    옛날 우리의 전통추억을 잘 표현하셨네요 ~^♡

    2024-02-15 19:4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