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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정경(팔순:傘壽)

작성자 : 황차랑 작성일 : 2023.01.30 08:09:45 조회수 : 339

설 연휴를 보내고 허리 통증 관계로 모래내시장 근처에 있는 몸편한재활의학과에서 치료 받고 왔다. 집으로 돌아올 때 

홍제천을 끼고 약 1시간 동안 걸어오면서, 설날을 전후해서 팔순을 보낸 사연을 떠올려 보니 지난 세월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8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한편으로 이렇게 건강하게 산다는 것이 쉽고도 어려운 

일인가 하고 새삼 되새겨 보면서 설 전후에 있었던 몇 가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본다.

 

계묘년 설날을 기준으로 전전날은 음력 생일, 다음날은 양력 생일이다. 아내가 하루는 당신 팔순(傘壽)에 어떻게 보낼 것인지 

물었다. 아무것도 안 할 거라고 했더니, 예상하지 않았던 제안을 했다. 자기는 작은딸한테 가 있겠다고 하면서 집에서 형제들만

모여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연희동에 있는 한식요리연구하는 분이 운영하는 작은 식당에서 귀한 식사를 하고 헤어지면 

좋겠다고 하면서 집을 비워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하기로 하고 생일 전 주말에 형제들을 만나기로 하고 연락해서 남동생이 

울산에서 2, 평택에서 1명 그리고 막내 여동생은 동대문에서 홍은동 집으로 왔다. 5형제가 함께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만났다. 오랜만에 만나 제대하여 근무했던 부대로 올라와 고향이 

수몰(진양호)되어 가족들이 어쩔 수 없이 서울로 올라와 이리저리 흩어져 30여 곳으로 이사 다니면서 보낸 지난날의 추억과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내고, 아침은 간단한 과일 등을 먹고, 점심은 예약된 식당으로 가서 동생들은 형님 덕분에 

잘살고 있다고 하면서 서로 잊고 있었던 추억을 말하는 등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와서 차 한잔하고 놀다가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면서 울산 동생의 기차 시간에 맞춰 헤어졌다.

 

설날에는 연휴에 작은딸은 먼저 와있고, 큰딸 내외가 제주 흑돼지를 손수 들고 와 직접 구워서 맛있게 먹고 놀다가 갔는데

다음날에는 안양에 사는 조카가 엄마와 함께 오고 큰딸 내외도 다시 왔다. 조카는 미리 보낸 한우 갈비 등을 직접 굽고 

작은딸과 사위는 작은딸이 미리 주문해 놓은 비닐봉지를 개봉하더니 각종 풍선 등에 바람을 넣더니 거실 한쪽 벽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80 HAPPY BIRTHDAY* 글자와 각종 풍선이 벽면을 가득 메운다. 한우 갈비와 식사를 맛있게 먹고 난 후 아빠를 

자리에 앉게 하여 생일 축하 합니다축가를 함께 불러 준다. 모두 동심으로 돌아가 즐겁게 보내고 있는 정경을 폰에 담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뺨을 타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딸들이 아빠 또 운다하고 놀려 댄다. 나는 

지난날을 어떤 순간들을 돌아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가끔 눈물을 딸에게 보이기도 한다.

 

이번 설날(팔순)에 형제들이 함께 모여 지난날에 살아온 이야기를 할 수 있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집을 비워준 아내가 한없이

고맙고, 딸과 사위가 이벤트를 만들어 아빠를 눈물 흘리게 한 것도 대견하고, 조카가 한우를 가지고 와서 큰아빠를 위해 직접 

잔칫상을 차려준 것을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