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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호의 생명이야기]<182> 항상성을 지키려는 생명

작성자 : 김재호 작성일 : 2020.03.13 13:29:51 조회수 : 1557

[김재호의 생명이야기]<182> 항상성을 지키려는 생명

우리 주변에는 어떤 식품이나 물질이 몸에 특별히 좋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좋다는 식품은 한 동안 유행하다가 어느 순간에 다른 식품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그 또한 오래 가지 못한다. 2200여년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불로장생약을 구하러 동쪽 나라에 사람들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가 급격히 퍼지는 요즘에는 소금이나 강황, 비타민C를 많이 먹으라는 말도 들린다.

좋은 식품이나 물질이 있다면 많이 먹을수록 좋을까? 생물학에서는 모든 생명체가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여 체온이나 나트륨의 농도, 혈당, 수소이온 농도(pH)와 같은 여러 면에서 내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는 특성을 ‘항상성(homeostasis)’이라 부르는데, 항상성을 수용 가능한 범위 안에서 유지하는 데 실패하면 질병에 걸리고, 심하면 죽게 된다.

예를 들어 소금을 많이 먹어 몸 안의 염도를 0.9%로 유지하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다는 주장을 생각해 보자. 소금을 많이 먹어 나트륨 농도가 적정수준보다 높아지면 우리 몸은 콩팥에서 나트륨 이온을 오줌으로 내 보내고,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나트륨 이온을 재흡수하여 피 속의 나트륨 농도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나트룸 농도가 잘 조절되지 않아서 너무 높아지면 고나트륨혈증, 너무 낮아지면 저나트륨혈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소금을 많이 먹어도 남는 소금을 오줌으로 내 보내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콩팥에서 소금을 내 보낼 때 칼슘이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골다공증의 원인이 되고, 고혈압과 위암의 원인도 된다는 것을 많은 연구들은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세계보건기구(WHO)나 전문기관들은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수준으로 제한할 것을 권하고 있다.

체온이 적정수준보다 높아지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체온수용체에서 이를 감지하고 신호를 보내 피부에 있는 땀샘에서 땀을 분비하게 한다. 땀이 증발하면서 피부를 식혀 내부 체온을 낮추고, 혈관이 확장되어 피부로 흐르는 피의 흐름을 늘림으로써 피부를 식혀 체온을 낮춘다. 체온이 내려가면 혈관이 수축하여 피부로 흐르는 피의 흐름이 줄어 몸 안에 열을 유지하고, 근육과 장기와 뇌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열을 생산하여 체온을 높인다.

모든 세포의 연료로 사용되는 혈당은 작은창자에서 포도당을 흡수하면 높아지고, 세포에서 사용하면 낮아지는데, 적정한 범위 안에서 관리된다. 혈당이 높아지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혈관에 분비하여 간에서는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고, 지방세포들은 포도당을 중성지방으로, 근육세포들은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바꾸어 저장한다. 혈당이 낮아지면, 췌장에서는 글루카곤을 분비하여 간과 근육에 있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전환하여 혈당을 높인다.

많은 효소들의 활동과 생리학적 과정에 관여하는, 혈액 속의 이온화된 칼슘은갑상선과 부갑상선에서 매우 엄격하게 관리된다. 이온화된 칼슘농도가 적정수준보다 높으면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분비하여 피 속의 칼슘을 물에 녹지 않는 형태로 뼈에 저장하고, 낮으면 부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분비하여 뼈 속의 칼슘을 이용하여 피 속의 칼슘농도를 높여 적정수준을 유지한다.

혈액의 수소이온농도(pH)는 혈액의 산성이나 알칼리성의 정도를 나타내는데, 우리 몸은 약알칼리인 7.4안팎을 적정수준으로 관리한다. pH가 적정수준보다 높아져 알칼리화되거나 낮아져 산성화되면 호흡할 때 이산화탄소의 부분압력을 조정하거나 콩팥에서 수소 이온이나 중탄산 이온을 배출하는 방법으로 pH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한다.

식욕을 이용하여 음식으로 섭취하는 에너지의 양과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을 일치시키려는 것은 에너지 항상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에너지 섭취가 필요할 때는 식욕을 자극하는 그렐린 호르몬을 분비하고, 에너지 섭취를 중단할 필요가 있을 때는 렙틴 호르몬을 분비하여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이 밖에 철과 구리, 칼륨,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수준, 물의 함량 등 우리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질을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항상성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많을수록 좋은 것은 하나도 없으며, 적정한 수준을 지키는 것이 생명을 지키는 길이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필요한 물질도 적정수준을 넘으면 몸 밖으로 내 보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가 된다. 미국이나 유럽의 음식 가이드라인에서 설탕과 포화지방과 트랜스지방, 소금, 알콜의 섭취량을 제한하라고 권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https://cm.asiae.co.kr/article/2020031311543443171